[오마이뉴스 한림랩 뉴스룸] 대학생 알바의 ‘15시간 벽’... 계약서 있어도 권리는 없다
  • 등록일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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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알바의 '15시간 벽'... 계약서 있어도 권리는 없다

쉴 새 없이 일하고, 주휴수당 빠지고… 주 14시간 '쪼개기 알바'도


근로계약서에는 하루 5시간 근무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실제 근무는 달랐다. 대학생 김아무개(21)씨는 서울 왕십리 인근 한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계약서와 달리 별도의 휴게시간 없이 4시간 30분 동안 일했다.


근로기준법 제54조는 근로시간이 4시간 이상인 경우 근로 도중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김씨가 계약서에 5시간으로 적혀 있다는 점을 분식집 주인에 말하자, "상관없다"는 것이 돌아온 고용주의 반응. 결국, 김씨는 쉬는 시간 없이 4시간 반을 일하고 30분 쉬는 시간만큼 받아야 할 돈을 매일 일할 때마다 받지 못한 것이다.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4시간 근로 후 휴식도 '법에만 있는 권리'는 아니다. 대학생 이아무개씨(21·여)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을 한 지 3개월이 지났을 즈음, 빠진 아르바이트생을 대신해 추가로 주당 22시간 이상 근무하게 됐다. 그러나 급료는 예정된 날짜에 들어오지 않았고 고용주에게 연락한 뒤에야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 일은 수시로 벌어지는 일이었다. 게다가 주휴수당 지급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수당은 아예 거론되지도 않는 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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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요청 내역실제 이모씨가 고용주와 나눈 대화다. ⓒ 이새봄


같은 카페에서 일했던 양아무개(21)씨는 아예 한 달 급료를 아예 받지 못한 케이스. 고용주에게 여러 차례 임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고, 결국 노동청에 온라인으로 사건을 접수했다. 양씨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지만, 근무 기록을 꾸준히 남겨둔 탓에, 노동청의 조사 절차를 거쳐 200만여 원의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 상담사에 확인한 결과,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 근로 관계가 확인되면 근로자는 임금 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 근로계약서에 적힌 조건과 실제 근무 조건이 다르더라도 실제 근무시간과 임금 지급 내역을 확인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권리를 알고 있어도 바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씨는 당시 곧바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뒤 근무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권리의 경계가 된 '주 15시간'


법 조항에 있는 노동의 권리가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꿈이 되는 현실은 근무 현장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채용 단계에서부터 아예 주휴수당 지급 기준을 피하기 위한 초단시간 공고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이나 지역 기반 커뮤니티에서는 '주 14시간', '하루 3.5시간씩 주 4일'처럼 주당 근로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설정한 공고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주휴수당은 통상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고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노동자에 지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사업장에서는 주당 근무시간을 15시간에 미치지 못하게 설계해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심지어 근무 시간을 18시 30분이 아닌 18시 29분으로 표시해 주당 근로시간을 14시간대에 맞춘 공고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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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구인 공고한 구인 공고에서는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근무 시간을 18시 30분이 아닌 '18시 29분'으로 설정, 1주일 근로시간을 정확히 '주 14.9시간'으로 맞추고 있다. ⓒ 박수현


이 같은 초단시간 근로 확산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초단시간 노동의 증가 요인과 정책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 비중은 2012년 3.7%, 48만7천명에서 2024년 8.5%, 153만8천명으로 증가했다. 10여 년 사이 초단시간 노동자 규모가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런 초단시간 근로자의 증가는 고스란히 아르바이트생들의 부담으로 가중되고 있다. 취업준비생 박아무개(22)씨는 "전공 공부와 취업 준비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구하려 했지만, 대부분 주 14시간 이하 공고였다"며 "결국 서로 다른 알바 2~3개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알바 장소를 이동하는 데 드는 시간과 교통비도 부담인데, 주 15시간을 몇 분 남겨두고 주휴수당 대상에서 빠지는 공고를 보면 허탈하다"고 말했다.



사업주 부담과 노동자 보호 사이


물론 이런 초단시간 노동시장의 확대 이면에는 자영업 비중이 23.2%로 OECD 평균 16%보다 훨씬 국내 경제 환경도 작용하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최저임금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속에서 주휴수당까지 지급하면 실질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하소연은 단순한 엄살은 아닌 것이다.


이와 관련, KDI는 보고서에서 주 15시간, 월 60시간을 기준으로 노동비용이 급격히 달라지는 구조를 지적하며, 특정 근로시간 구간에서 발생하는 노동비용 격차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사회보험 가입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와 청년 근로자 보호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생에게 아르바이트는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하는 주요 수단이다. 그러나 근로계약서 작성만으로 권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닌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당국과 국회도 더 이상 이런 초단시간 노동시장의 일탈 현실이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서 '유야무야' 방치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박수현, 이새봄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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