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 [이푸름 칼럼] 이수만 귀환과 ‘A2O 라이트’, 향수·자기복제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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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푸름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강사 |
3년간의 경업금지 기간을 끝낸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국내 가요계로 돌아왔다. 오랜 음악적 동반자인 유영진 프로듀서와 다시 손을 잡고, 15인조 보이그룹 A2O 소울(SOUL)과 9인조 걸그룹 A2O 라이트(LITE)를 동시에 선보였다. 특히 걸그룹 ‘A2O 라이트(LITE)’와 이들의 데뷔곡 ‘니온(NEON)’은 13일 공개 직후 가요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고, 발매 하루 만에 멜론 톱100 차트 6위(14일 오후 5시 기준)에 오르며 강력한 파급력을 증명했다.
사실 'K팝의 대부'로 불리는 이수만 프로듀서의 복귀는 그 자체로 거대한 산업적 사건이다. 4대 대형 기획사의 자본 독점과 멀티레이블 체제가 공고해진 지금의 시장에서 74세 노장 프로듀서가 지휘한 신인 걸그룹이 즉각적인 대중적 선택을 받은 현상은 이례적이다. 그래서 이는 역설적으로 오늘날 K팝 산업이 처한 구조적 결핍을 시사한다. 최근 아이돌 음악 상당수는 스트리밍 회전율과 15초 남짓의 숏폼 댄스 챌린지에 매몰돼 있다. 곡의 전개를 담당하던 인트로와 브릿지는 과감히 생략되고, 자극 없이 흘러가는 2분 초반대의 이지 리스닝 사운드가 천편일률적으로 시장을 점유해 왔기 때문이다.
‘A2O 라이트’의 데뷔곡 'NEON'은 지금의 K팝 히트 공식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3분이 훌쩍 넘는 꽉 찬 러닝타임 동안 강렬한 비트 위로 겹겹이 쌓이는 아카펠라 화음, 감정을 끌어올리는 극적인 3절 브릿지와 폭발적인 고음 애드리브를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 여기에 고난도 칼군무를 내세운 댄스 브레이크까지 더해진 형태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의 전유물이었던 'SMP(SM Music Performance)'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신 음악 트렌드에 피로감을 느끼던 팬덤에게 이수만과 유영진 특유의 선명함은 강렬한 향수를 자극했고, 이는 곧 K팝 근본의 귀환이라는 대중의 호평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화려한 귀환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공존한다. 기존에 선보였던 아티스트들을 연상시키는 멤버 구성과 음악적 문법은 익숙한 만큼 기시감이 짙다. 원톱 프로듀서의 확고한 심미안에 기댄 방식은 관료화된 대형 기획사를 뛰어넘는 추진력을 발휘하지만 동시에 1인 총괄자의 개인적 취향에 갇히는 함정을 노출한다. 나아가 과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던 히트 공식이 다변화된 2026년의 소비자들에게도 유효한 선진 문법일지, 아니면 과거 성공 기억에 박제된 레트로의 재현에 불과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필자 또한 학창시절 2세대 아이돌들의 무대를 보며 성장한 세대다. 그렇기에 ‘A2O 라이트’를 보고 'NEON''을 들으며 익숙하지만 잊고 지냈던 느낌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가 일시적인 감정 소환을 넘어 2020년대 후반의 새로운 음악적 대안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유산에 기댄 안전한 복제를 스스로 깨뜨릴 수 있어야 한다. K팝 창시자의 귀환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정한 혁신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 향수와 자기복제 사이에서 거장 이수만이 스스로 넘어서야 할 증명의 시험대다.
